주담대 규제 속 '악성 미분양' 급증, 한국 주택시장의 고차방정식
최근 한국 주택시장은 복잡한 고차방정식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강력하게 규제하며 시장 과열을 막으려 했지만, 정작 공사를 마치고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악성 미분양' 주택은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심각한 불균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주택 공급 과잉의 문제를 넘어, 지역 경제와 건설 산업 전반에 걸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끝나지 않는 악성 미분양의 늪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7013가구에 달합니다.
이는 2013년 6월 이후 약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이 주택들은 건설사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지역 건설 시장의 악화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작용합니다.
특히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과 경기는 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세를 보였으며, 비수도권에서는 전북이 한 달 새 42.3% 급증하는 등 광주, 부산 지역의 증가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전체 미분양 물량은 소폭 감소했지만, 이는 수도권의 감소세에 기인한 것으로, 부산과 경남 등 일부 지방에서는 오히려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는 등 지역별 편차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 역시 미분양 주택이 1000가구에 육박하며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방 주택 공급 지표의 경고등
악성 미분양 증가와 더불어 지방 주택 공급 관련 지표들도 일제히 경고등을 켜고 있습니다.
인허가, 착공, 분양, 준공 등 모든 지표에서 지방의 실적은 지난해 대비 크게 감소했습니다.
예를 들어, 5월 누적 인허가 실적은 전국적으로 증가했지만, 이는 서울에 물량이 집중된 결과이며 비수도권은 32.7% 급감했습니다.
착공 실적 역시 비수도권은 32.7% 줄었고, 분양은 무려 61.0%나 감소했습니다.
준공 실적 또한 지방은 18.8% 급감하며 주택 공급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지표 악화는 단순히 건설사의 어려움을 넘어, 지역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건설 산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분야이므로, 이 분야의 침체는 지역 경제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 대책의 한계와 시장의 요구
정부는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분양가의 50% 가격에 환매조건부로 매입하는 '미분양 안심 환매' 제도를 도입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지역 건설업계는 낮은 매입 단가와 준공 후 1년 내 환매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읍니다.
한 지역 중견 건설사 대표는 "지방 건설경기가 거의 죽다시피 한 상황에서 50% 가격으로 일시 매입을 해봐야 일시적인 자금 융통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수도권에 대한 주택 관련 대출 규제 완화와 함께 지방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는 추가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합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완화, 미분양 주택에 대한 취득세 및 보유세 경감 등이 대표적인 요구 사항입니다.
또한, 미분양 매입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매입 단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분양가 상승 등 요인을 고려하면 가구당 평균 매입가격 2억4400만원이 현실적 수준이 아니다"라며 매입 가격 현실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주택시장,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할 때
현재 한국 주택시장은 단순히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넘어, 지역별 양극화, 금융 규제의 역효과, 그리고 건설 산업의 위기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고차방정식과 같습니다.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나 단편적인 대책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수립해야 할 때입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미분양 해소와 주택 시장 활성화를 위한 유인책을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건설사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주택 공급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인 지원 방안도 모색되어야 합니다.
주택 시장의 안정은 단순히 부동산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의 주거 안정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회적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