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 한일 경제 협력의 지평을 열다: 8300조 시장의 꿈
오랜 역사적 갈등과 복잡한 관계 속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이제 새로운 경제 협력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점으로 양국 간의 경제적 파트너십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으로 요동치는 글로벌 무역 질서 속에서, 소재와 부품에 강점을 가진 일본과 뛰어난 생산 역량을 자랑하는 한국이 손을 잡는다면, 유럽연합(EU)을 능가하는 강력한 경제 블록을 형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양국 경제 성장을 넘어, 전 세계 경제 지형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품고 있습니다.
20년 숙제, 한일 FTA 재점화의 배경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는 2004년 5차 회의를 끝으로 21년째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당시에는 정치적 갈등, 무역 불균형, 농업 분야의 반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추진 동력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2023년 이후 한일 정상회담 재개, 수출 규제 해제, 안보 공조 복원 등이 이어지면서 정치적 리스크가 과거보다 현저히 낮아졌습니다.
또한, 과거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현재는 대일 무역적자 규모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교역 구조가 훨씬 안정적이고 다변화되었습니다.
특히 한국이 수입하는 일본산 품목의 상당수가 국내 제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필수 투입재라는 점에서, 양국 간 공급망이 상호 의존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달라진 산업 지형과 시너지 효과
과거에는 일본이 고부가가치 소재를 독점하고 한국은 소비재 완제품을 조립 생산하는 수직적 분업 구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차전지, 차세대 반도체, 로봇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공동 개발, 투자, 연구개발(R&D) 클러스터 협력이 늘어나며 수평적 협력 관계가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의 제조업경쟁력지수(CIP)에 따르면 한국은 독일, 중국에 이어 4위를 차지하며 일본(공동 7위)보다 높은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인당 제조업 부가가치 창출액 역시 한국이 일본보다 높습니다.
이는 한국이 더 이상 일본의 추격자가 아닌 대등한 산업 역량을 갖춘 파트너임을 의미합니다.
양국이 가진 강점을 결합한다면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막강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8300조 원 시장의 잠재력
한국과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약 8300조 원에 달하며, 이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전 세계 3위 규모의 거대 시장을 형성합니다.
고소득(1인당 GDP 4만 달러 이상) 인구만 1억 7500만 명에 이르러 소비력 측면에서는 미국, EU에 뒤지지 않는 초대형 시장입니다.
현재 양국이 함께 가입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시장 개방도가 낮아 한계가 명확합니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시장 개방도가 높은 양자 FTA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한일 FTA는 일본이 주도하는 다자 무역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달리 품목별 개방 로드맵을 설계할 수 있어, 농업 등 민감 품목에 대한 단계적 개방과 맞춤형 보호 조치 설계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미래를 향한 전략적 선택
미중 양극 체제 속에서 글로벌 공급망 단절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일 협력은 양국이 주체적인 통상 정책과 국제 규칙을 만들어가는 데 필수적입니다.
과거의 논리에 갇히지 않고 변화된 시대적 요구에 맞춰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한일 FTA는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넘어, 양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전략적 카드가 될 것입니다.
양국 재계에서는 이미 협력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이는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한일 양국이 과거의 앙금을 털어내고 상호 보완적인 강점을 활용하여 새로운 경제 협력의 지평을 연다면, 이는 동북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8300조 원 시장의 잠재력을 현실화하고,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양국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